그림책을 읽을 때 어른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는 않나요? 아이가 그림을 설명하고, 어른이 대답을 듣고 질문을 더하는 방식도 있어요. 이런 주고받기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방법이 ‘대화식 읽기(dialogic reading)’예요. 아이를 이야기의 듣는 사람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옮겨 가게 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대화식 읽기는 무엇이 다를까요

대화식 읽기는 198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그로버 화이트허스트(Grover J. Whitehurst) 등의 그림책 읽기 연구에서 나왔어요. 어른이 책을 끝까지 읽어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아이가 이야기할 자리를 만드는 읽기예요.

일반적인 함께 읽기에서는 어른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고 아이는 듣는 사람이에요. 대화식 읽기에서는 이 관계가 바뀌어, 아이가 점점 이야기를 말하는 사람이 되고 어른은 듣고 질문하는 사람이 돼요. 미국 교육부 산하 What Works Clearinghouse(WWC)는 대화식 읽기를 '어른과 아이가 역할을 바꿔, 아이가 어른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는 상호작용적 그림책 읽기'로 설명해요.

PEER: 한 번의 대화가 오가는 순서

대화식 읽기의 기본 기법은 네 단계로 이뤄지고, 각 단계의 머리글자를 따서 PEER라고 불러요.

  1. Prompt(유도): 어른이 책에 대해 아이가 무언가 말하도록 질문해요.
  2. Evaluate(평가): 아이의 대답을 확인해요.
  3. Expand(확장): 아이의 대답을 다시 말하면서 정보를 더해요.
  4. Repeat(반복): 처음 질문을 다시 해서 아이가 확장된 표현을 써 보도록 해요.

예를 들어 아이가 그림을 보고 "Dog."라고 답하면, 어른이 "Yes, a big brown dog."처럼 정보를 덧붙여 다시 말하는 것이 확장 단계예요. 이어서 어른이 "What is this?"라고 다시 물어 아이가 "A big dog."처럼 늘어난 표현으로 답해 보게 하는 것이 반복 단계예요.


CROWD: 다섯 가지 질문

PEER의 첫 단계인 '유도'에 쓰는 질문은 다섯 유형으로 나뉘고, 머리글자를 따서 CROWD라고 해요.

  • Completion(완성): 문장 끝을 비워 두고 아이가 채우게 해요. 운율이나 반복 구절이 있는 책에서 쓰여요. 빌 마틴 주니어가 쓰고 에릭 칼이 그린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1967)의 반복 구절이 대표적인 예예요.
  • Recall(회상): 이미 읽은 내용을 떠올리게 해요. 에릭 칼의 『The Very Hungry Caterpillar』(1969)라면 애벌레가 월요일에 사과 하나, 화요일에 배 두 개를 먹었다는 내용을 묻는 식이에요.
  • Open-ended(열린 질문): 주로 그림을 보고 자유롭게 말하게 해요.
  • Wh-(wh- 질문): who, what, when, where, why로 시작하는 질문이에요.
  • Distancing(경험 연결): 책 내용을 아이의 생활과 연결해요.

회상 질문과 경험 연결 질문은 다른 유형보다 어렵기 때문에, 이 두 유형을 자주 쓰는 것은 4~5세 아이로 한정하는 것으로 안내돼요.

연구는 어디까지 확인했을까요

대화식 읽기의 효과를 실험으로 보여 준 초기 연구는 화이트허스트 연구팀이 1988년 학술지 「발달심리학(Developmental Psychology)」에 발표한 연구예요. 연구팀은 부모가 집에서 한 달 동안 대화식 읽기 방식으로 그림책을 읽어 주도록 하고, 평소처럼 읽어 준 집단과 비교했어요.

한 달 뒤 대화식 읽기 집단의 아이들은 표준화된 표현 언어 검사에서 비교 집단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점수를 받았어요. 아이들의 말을 녹음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한 번에 말하는 평균 길이가 더 길었고, 구(phrase)로 말하는 빈도가 높았으며, 한 단어로만 답하는 빈도는 낮았어요. 9개월 뒤 다시 조사했을 때도 두 집단의 차이는 이어졌지만, 그 크기는 통계적으로 줄어들어 있었어요.

WWC는 2007년 개정 보고서에서 대화식 읽기에 관한 연구를 검토했어요. 검토 기준을 충족한 연구는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5편이었고, WWC는 구두 언어(oral language) 영역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어요. 반면 음운 처리(phonological processing) 영역에서는 뚜렷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어요.

이 보고서에서 말하는 ‘구두 언어’는 말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에요. 어휘와 문장 표현이 여기에 들어가요. ‘음운 처리’는 말소리를 알아차리고 다루는 능력이고요. 대화식 읽기는 앞의 능력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지만, 뒤의 능력까지 같은 효과를 보인 것은 아니었어요.

2008년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의 몰(Suzanne Mol) 등은 부모와 아이의 대화식 읽기에 관한 16편의 연구를 메타분석했어요. 일반적인 함께 읽기와 비교했을 때 표현 어휘에서는 중간 크기의 효과(d=0.59), 수용 어휘에서는 작은 효과(d=0.22)가 나타났어요. 표현 어휘 수치는 전체 16편 가운데 해당 분석에 포함된 9편, 아동 322명의 자료에서 산출됐어요. 여기서 d는 두 집단의 평균 차이를 표준편차 단위로 나타낸 효과 크기로, 일반적으로 0.2 안팎은 작은 효과, 0.5 안팎은 중간 효과로 해석돼요. 표현 어휘는 아이가 직접 말로 쓸 수 있는 단어를, 수용 어휘는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가리켜요. 효과는 4~5세 아이에게서, 그리고 언어·문해력 발달에 어려움이 있을 위험이 있는 아이에게서 크게 줄었어요. 대화식 읽기의 효과가 연령과 아이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 준 결과예요.

다만 d=0.59라는 숫자가 우리 아이의 단어 수나 점수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은 아니에요. 여러 연구에서 비교한 집단 사이의 평균 차이를 나타내는 값이에요. 아이가 말로 쓰는 단어에 관한 결과를 글자 읽기나 영어 시험 점수의 향상으로 바꾸어 설명할 수도 없고요.

몰 등의 연구가 물은 것은 ‘함께 책을 읽는 것보다 대화를 더하며 읽는 것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가’였어요. 함께 읽기의 효과 전체를 측정한 숫자는 아니에요. 또 이 연구들을 한국 초등학생의 영어 학습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요. 영어 그림책에 이 방식을 활용하더라도, 먼저 아이의 대답을 듣고 그 말에 질문을 이어가는 읽기 방법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해요.

참고 자료

이 글의 이미지는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AI로 제작한 설명용 이미지입니다.